📑 목차
아이가 자꾸 잊어버리는 이유, 작업기억과 관련이 있을까요?
“방금 말했는데 또 까먹었어요.”
“양치하고 옷 입으라고 했는데, 방에 들어가더니 장난감만 만져요.”
“숙제하다가 앞에서 뭘 하라고 했는지 자꾸 잊어버려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말을 안 듣지?”, “일부러 미루는 건가?” 하고 답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지시를 잊어버리는 모습은 단순한 고집이나 게으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작업기억, 주의집중, 언어 이해, 수면, 불안, 과제 난이도, 환경 자극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가 자꾸 잊어버리는 이유를 작업기억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부모가 집에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작업기억이란 무엇인가요?
작업기억은 아이가 들은 정보를 잠깐 붙잡아두고, 그 정보를 사용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기능입니다.
쉽게 말하면 머릿속에 잠시 정보를 올려두고, 그 정보를 가지고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해보겠습니다.
“방에 가서 양말 가져오고, 물병도 챙겨와.”
이때 아이는 ‘방에 가기’, ‘양말 가져오기’, ‘물병 챙기기’라는 정보를 잠깐 기억하고, 순서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작업기억 부담이 큰 아이는 방에 가는 동안 앞에서 들은 말을 놓쳐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서는 “내가 뭐 하러 왔지?” 하거나, 눈에 보이는 장난감에 주의가 옮겨갈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아이가 일부러 말을 안 듣는 것이 아니라, 들은 정보를 유지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긴 것일 수 있습니다.

왜 방금 들은 말을 바로 잊어버릴까요?
아이가 방금 들은 말을 잊어버리는 이유는 한 가지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작업기억이 약한 경우도 있지만, 주의집중이 흔들리거나 지시가 너무 길거나 주변 자극이 많은 경우에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지시가 한 번에 너무 길었을 때
- 아이가 이미 피곤하거나 졸릴 때
- 주변에 장난감, TV, 형제자매의 소리 등 자극이 많을 때
-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때
- 해야 할 일이 어렵거나 부담스러울 때
- 불안하거나 긴장해서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을 때
따라서 아이가 자꾸 잊어버린다고 해서 바로 “집중력이 부족하다”, “ADHD 같다”라고 판단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더 자주 잊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아이가 피곤한 저녁 시간, 등원 준비처럼 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 새로운 과제를 배울 때 더 자주 잊는다면 작업기억 부담이 커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작업기억이 어려운 아이에게 자주 보이는 모습
작업기억 어려움은 일상생활과 학습 상황에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부모님들이 실제로 많이 관찰하는 모습입니다.
✔ 여러 단계 지시를 어려워하는 아이
- “양치하고, 옷 입고, 가방 챙겨”를 들으면 중간에 멈춤
- 첫 번째 행동은 하지만 두 번째 행동을 잊음
- 부모가 다시 말해줘야 움직임
이런 아이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기억하기보다, 한 단계씩 제시했을 때 더 잘 수행할 수 있습니다.
✔ 과제 중간에 흐름을 잃는 아이
- 숙제하다가 문제 푸는 방법을 잊음
- 글을 읽다가 앞 내용을 놓침
- 만들기 활동 중 다음 순서를 헷갈림
작업기억은 학습 중 앞에서 들은 정보와 지금 해야 할 행동을 연결하는 데 필요합니다.
✔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아이
- 가방에 넣으라고 한 물건을 책상 위에 둠
- 준비물을 챙기다가 다른 물건에 주의가 옮겨감
- 어디에 두었는지 자주 찾음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모습은 단순한 부주의처럼 보이지만,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유지하는 어려움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 말은 이해한 것 같은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아이
- “알겠어”라고 말하지만 바로 실행하지 못함
- 부모가 다시 물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름
- 시작은 했지만 끝까지 이어가지 못함
이 경우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은 것이 아니라, 들은 내용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놓친 것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을 “왜 또 까먹어?”라고 보기보다, 어느 지점에서 정보가 끊어지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작업기억 어려움은 ADHD와 관련이 있을까요?
작업기억 어려움은 ADHD 아동에게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ADHD는 주의 유지, 충동 조절, 활동 수준 조절과 관련된 어려움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작업기억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업기억이 어렵다고 해서 반드시 ADHD라는 뜻은 아닙니다.
ADHD가 아니더라도 수면 부족, 불안, 스트레스, 언어 이해의 어려움, 학습 부담, 감각 자극, 발달 속도 차이 등 다양한 요인으로 아이가 자주 잊어버리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기억하면 좋은 점
작업기억 어려움은 아이를 진단하기 위한 단서 하나로만 볼 수 없습니다.
아이의 일상 기능, 주의집중, 언어 이해, 정서 상태, 수면, 기관 생활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우리 아이가 자꾸 잊으니 ADHD인가요?”라고 바로 연결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잊는지, 어느 정도 반복되는지, 가정과 기관 모두에서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먼저 살펴볼 수 있는 체크 포인트
아이가 자주 잊어버린다면 다음 내용을 차분히 관찰해보면 좋습니다.
- 한 단계 지시는 잘 수행하는지
- 두세 단계 지시에서만 어려워지는지
- 아침보다 저녁에 더 많이 잊는지
- TV, 장난감, 소음이 있을 때 더 흔들리는지
- 말로 들은 지시보다 그림이나 체크리스트가 있을 때 더 잘하는지
- 어려운 과제 앞에서만 잊는 것처럼 보이는지
-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있는지
- 수면, 식사, 컨디션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이렇게 살펴보면 아이가 정말 기억 자체가 어려운지, 지시가 너무 길었는지, 과제 부담이 큰지, 환경 자극에 쉽게 흔들리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관찰은 아이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맞는 도움 방법을 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작업기억 부담을 줄이는 말하기 방법
작업기억이 약한 아이에게는 “잘 기억해”, “정신 차려”라는 말보다 정보를 줄여주는 방식이 더 도움이 됩니다.
부모의 지시가 짧고 분명해지면 아이가 기억해야 할 양도 줄어듭니다.
❌ 이렇게 말하면 어려울 수 있어요
“빨리 방에 가서 옷 갈아입고, 양말 신고, 물병 챙기고, 가방 들고 나와.”
⭕ 이렇게 나누면 좋아요
- “먼저 옷 갈아입자.”
- “이제 양말 신자.”
- “마지막으로 물병을 가방에 넣자.”
한 번에 여러 단계를 말하기보다, 아이가 한 단계를 끝낸 뒤 다음 단계를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부모가 많이 도와주더라도, 반복되면 아이가 순서를 익히고 스스로 수행하는 힘이 조금씩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시각적 단서를 활용하면 기억 부담이 줄어듭니다
말로 들은 정보는 금방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면 그림, 체크리스트, 사진, 순서표처럼 눈으로 볼 수 있는 단서는 아이가 다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기억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아침 준비 순서표 만들기
- 가방 챙기기 체크리스트 붙이기
- 숙제 순서를 그림으로 보여주기
- 양치, 세수, 옷 입기 순서를 사진으로 정리하기
-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지우거나 체크하게 하기
예를 들어 아침 준비가 어려운 아이에게는 다음과 같은 순서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침 준비 순서
- 화장실 가기
- 양치하기
- 옷 입기
- 물병 넣기
- 가방 메기
이런 시각적 단서는 아이를 통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확인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외부 기억장치 역할을 합니다.

아이에게 다시 말하게 할 때는 시험처럼 묻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지시를 자주 잊는다면 “엄마가 뭐라고 했어?”라고 확인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혼나는 분위기로 느끼면 긴장해서 더 잘 기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확인 질문은 시험처럼 하기보다, 아이가 계획을 정리하도록 돕는 방식이 좋습니다.
- “우리 먼저 뭐부터 할까?”
- “첫 번째는 양치, 두 번째는 뭐였지?”
- “엄마한테 순서를 알려줘볼래?”
- “인형에게 어떻게 하는지 알려줘볼까?”
아이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면 다시 짧게 알려주면 됩니다.
목표는 아이를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머릿속에 순서를 다시 올려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작업기억을 돕는 놀이도 있습니다
작업기억은 일상 속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습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를 억지로 훈련시키기보다, 즐겁게 기억하고 따라 해보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 따라 하기 놀이
“박수 한 번, 머리 만지기, 점프!”처럼 짧은 동작을 순서대로 따라 해보는 놀이입니다.
✔ 장보기 놀이
“사과랑 우유 사 와주세요.”처럼 역할놀이 안에서 두세 가지 물건을 기억해보게 합니다.
✔ 이야기 이어 말하기
부모가 짧은 이야기를 말한 뒤, 아이가 다음 내용을 이어 말해보는 놀이입니다.
✔ 숨긴 물건 찾기
물건을 어디에 숨겼는지 기억하고 찾아보는 놀이입니다. 아이 수준에 맞게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놀이의 핵심은 많이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로 정보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한 가지, 익숙해지면 두 가지, 그다음 세 가지로 천천히 늘려가면 좋습니다.

부모가 피하면 좋은 반응
아이가 자꾸 잊어버리면 부모도 지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지적은 아이에게 “나는 못하는 아이야”라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 피하면 좋은 말
-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니?”
- “또 까먹었어?”
- “너는 왜 이렇게 정신이 없어?”
- “일부러 안 하는 거지?”
대신 아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짧고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 도움이 되는 말
- “다시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양치였어.”
- “지금은 하나만 하자. 먼저 가방을 가져와.”
- “헷갈릴 수 있어. 순서표를 같이 보자.”
- “기억하려고 노력했네. 이번에는 그림을 보고 해보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반복적인 비난이 아니라, 다시 기억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서입니다.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경우
일상에서 가끔 지시를 잊는 것은 많은 아이들에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모습이 지속된다면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발달 전문가, 심리상담 전문가와 상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한 단계 지시도 자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 가정과 기관 모두에서 비슷한 어려움이 반복되는 경우
- 또래보다 일상생활 수행이 뚜렷하게 어려운 경우
- 주의산만, 충동성, 감정 폭발이 함께 자주 나타나는 경우
- 말귀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는 경우
- 학습 상황에서 읽기, 쓰기, 수 개념까지 함께 어려운 경우
- 부모의 반복적인 도움 없이는 활동을 거의 끝내지 못하는 경우
전문가 상담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이의 현재 발달 수준과 어려움의 원인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가정과 기관에서 맞는 지원 방법을 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아이가 잊어버리는 행동은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꾸 잊어버릴 때 부모는 답답하고 속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을 “말을 안 듣는 것”으로만 보면 아이가 실제로 어려워하는 지점을 놓칠 수 있습니다.
작업기억은 아이가 들은 정보를 붙잡고, 순서를 기억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중요한 기능입니다.
이 기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거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는 아이가 방금 들은 말도 놓칠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도움은 지시를 짧게 나누고, 시각적 단서를 제공하고, 아이가 성공할 수 있는 작은 단위로 과제를 조정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오늘 또 잊어버렸다면 이렇게 바라봐 주세요.
“이 아이가 일부러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기억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하구나.”
아이의 기억은 비난보다 단서, 반복, 안정적인 경험 속에서 조금씩 자라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아이가 자꾸 잊어버리면 작업기억이 부족한 건가요?
A. 작업기억과 관련될 수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수면, 주의집중, 언어 이해, 불안, 과제 난이도, 주변 자극도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 작업기억이 약하면 ADHD인가요?
A. 아닙니다. ADHD 아동에게 작업기억 어려움이 함께 나타날 수는 있지만, 작업기억 어려움만으로 ADHD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일상 기능과 주의집중, 충동성, 정서 조절, 기관 생활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Q. 아이에게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해도 괜찮을까요?
A. 반복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같은 말을 길게 반복하기보다 짧게 나누어 말하고 그림이나 순서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엄마가 뭐라고 했어?”라고 물어봐도 되나요?
A. 확인 질문은 가능하지만 시험처럼 묻기보다 “우리 먼저 뭐부터 할까?”처럼 아이가 순서를 떠올릴 수 있도록 부드럽게 묻는 것이 좋습니다.
Q. 작업기억은 좋아질 수 있나요?
A. 아이의 발달과 경험에 따라 작업기억을 사용하는 능력은 점차 발달합니다. 다만 단순히 많이 외우게 하기보다, 일상에서 기억 부담을 줄이고 성공 경험을 쌓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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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 Harvard 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 A Guide to Executive Function
- Harvard 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 InBrief: Executive Function
- Child Mind Institute. Understanding Working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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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C. Learn the Signs. Act Early. Developmental Milest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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